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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Zealand/뉴질랜드 일상

요즘 난리난 자유를 위한 시민운동, 프리덤 컨보이

여기몽 2022. 2. 2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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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뉴질랜드 웰링턴 국회의사당 코앞에 살면서 장장 2주 가까이 소위 '시민운동'을 하는 시위 장면을 몇 개 공유할까 해요.

직접 저희 집 앞마당에서 겪어보니 너무 무서운 새로운 형태의 '시민운동'. 저는 이 시위가 트렌드가 되어서 앞으로 뉴질랜드에서 뭐만 나왔다 하면 이렇게 시위가 일어날 것 같아서 지역주민으로선 조금 걱정이 앞섭니다.

프리덤 컨보이들의 안티 백신 프로테스트 (출처: Mark Mitchell 사진)


이번 시위는 "어떤 주장을 하던지" 혹은 그에 걸맞은 "정당성이 있는지" 여부를 떠나, 뉴질랜드의 자랑스러운 평화시위 역사상 가장 이기적이고, 부끄럽고, 추잡스러운 시민운동으로 손꼽힐 것, 혹은 그 시작이 될 것이라고 다들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 뉴질랜드에서 일어나고 있는 집회는 어떤 운동인지, 왜 일어났는지, 그리고 지금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알아볼까요?

국회의사당을 중심으로 캠핑장을 만든 시위대 출처: stuff

뉴질랜드 프리덤 컨보이 + 안티 백신 프로테스트 운동의 배경: 코로나 정책


뉴질랜드는 강력한 코로나 정책을 바탕으로 2020년 중순부터 2021년 중반까지 국내에서는 코로나 확진자를 찾아보기 정말 어려울 정도로 안전하게 코로나로부터 보호했습니다.

그리고 델타 바이러스가 국내에 퍼지고 이를 잡지 못하자 백신을 들여오는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은 회사에서 업무를 바꾸게 하거나, 대기업의 경우 회사 건물에 접근하지 못하게 재택으로 전환하게 하는 등의 정책을 실행했죠.

의사, 간호사, 학교 선생님 등 백신을 맞아야만 하는 직업군을 선정하기도 했어요. 학생들의 경우도 백신 접종이 적극 권장되었죠. 결론적으로 백신을 맞지 않으면 직업을 바꿔야 하거나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을 받아야 하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백신을 맞지 않으면 해외여행을 하고 돌아올 때 격리시설에서의 시설 격리를 요구하면서 점점 백신을 맞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이 설 공간은 좁아졌죠.

이 "시민운동"은 이러한 기류에 반해서 백신 의무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여하는 시위입니다.

캐나다에서 트럭을 동반한 안티 백신 시위가 시초


처음에 캐나다에서 트럭이나 캠핑카처럼 옮기기 무거운 차량을 끌고 와서 도로를 막고 점거한 후에 점거한 거점에서 몇 날이고 생활하며 그 자리를 떠나지 않으며 확고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겠다는 취지였죠.

캐나다에서의 이 시위에 크게 감명받은 서구권의 일부 사람들은 전 세계적인 모금운동 사이트,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 운동을 지원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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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이유, 자유를 위하여?


뉴질랜드의 이 '프리덤 컨보이' 운동도 여기서 모금한 돈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반정부 성격에, 코로나로 인해 자신의 자유가 억압되는 것을 반대해서, 사실 뭘 정확히 반대하는지는 불명확합니다.

코로나 음모론 (코로나는 없거나 경미한 증상인데 정부가 통제하려고 병을 키워 보도한다)부터 나노기술 반대론 (그냥 입자 작은 기술 모두 반대, 핸드폰 신호나 백신 포함)까지 반대하는 게 너무 다양하거든요. 삶에 대한 불만이 이런 방식으로 표출되었다고 보면 정확해요.

여기서의 불만은 사회가 만든 구조적인 불만이 아니라, 그냥 자기가 태어났으니 세상이 자기를 책임져야 하지 않냐? 혹은, 내가 똑똑한데 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정치를 하지 않냐? 이런 식의 불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Incredibly disturbing': Anti-media sentiment among protesters cause for concern, experts say

Reporters have been abused and threatened at the anti-mandate protests.

www.nzherald.co.nz


하지만 이 황당한 주장 중에 단 하나 조금 더 넓은 범위의 참여자 수를 포함시키게 하는 공통분모가 있다면, 바로 백신 의무화 반대죠.

백신 의무화를 반대하는 분들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도 반대하며, 백신보다는 인간의 자가면역을 믿고, 백신을 맞을 선택권을 달라는 분들인데요.

대부분 시골에서 올라왔거나, 자유로운 삶을 지향하는 소위 말하는 "자유로운 영혼"들이 많아요.

자유를 외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다른 사람의 자유를 아주 심각하게 해치고, 이에 대해서는 아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습이 너무나 아이러니합니다.

잔디밭을 쑥대밭으로 만든 "자유주의자들" (Lawrence Smith 사진, stuff 발췌)

평소에는 잘 가꿔져서 웰링턴 시민들의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곳이었는데, 불과 1주일도 되지 않아서 위처럼 바뀌었어요.

웰링턴 사람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는 기사 앞부분(Stuff 기사 앞부분 발췌)

과연 누구를 위한 자유인가


거의 2주 가까이 경찰의 적극적인 개입 없이 이 "자유를 위한 운동"은 계속되고 있는 중입니다. 경찰이 무력진압을 하지 않는 이유는 국가비상사태가 가지 않는 한 무력으로 시민을 제압하기는 힘들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국회의사당이 도시 한가운데에 있고, 그 주변을 둘러싼 아파트와 기차역, 버스정류소, 그리고 학교까지 모두 차로 막아버린 상태라 저를 포함한 많은 웰링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어요.


시내 한복판에서 자기들만의 세상을 차린 자유를 찾는 사람들. 과연 웰링턴 시민들의 자유는 생각할까요? 아마 아닐겁니다. (George Heard 사진, 출처: Stuff)

거기다 웰링턴까지 원정온 시위대들은 마스크를 끼지 않고 슈퍼에도 들어가고, 온갖 관광시설과 상점을 들리고 다녀서 웰링턴 시내에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었답니다. 마스크를 끼고 다니면 시비를 거는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저기서 캠핑을 하는 사람들에게 코로나를 비롯한 비위생적인 질병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며칠씩 캠핑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제대로 씻지도 않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기본적으로 좀 자유로우신 분들이 참여하는 경향이 있기도 하고요.


거리에 아무렇게 버려진 캠핑장에서 나온 쓰레기들 (Mike Daily 사진, Stuff)


하나의 큰 캠핑장으로 만들어서 본인들끼리 콘서트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평화적으로 자신의 캠프 사이트를 지키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왜 세상이 자기 얘기를 들어주지 않냐는 사람들.

과연 이들이 자신의 주장에 대한 설득력을 이 시위를 통해 더 높아졌는지, 이들에 대한 사람들의 반감만 높였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이 시위대들은 자신이 백신을 맞기 싫기 때문에 병원에 가야 하는 다리를 다친 할아버지가 차를 타고 밖에 나가고 싶어도 도로를 막은 차를 비키지 않았어요.

자신의 아이들에게 백신을 맞히지 않을 자유를 달라고 가족을 이끌고 온 학부모들은 매일 그 시위대를 통과해야 등교할 수 있는 아이들 앞에서도 담배를 뻑뻑 피우며 침을 튀기며 수다를 떨고 있어요. 이 등교하는 아이들의 부모들의 자유는 어디로 갔을까요? 이 아이들 중에 환자가 집에 같이 살고 있을 수도 있는데요.

대학교가 잠정적으로 문을 닫기 전에, 대학생들은 며칠 동안 학교 안으로 마스크를 쓰지 않고 들어와서 학교 화장실을 이용하고 샤워시설을 그냥 이용하고 가는 "자유"를 위한 "시민운동가들" 덕분에 곤욕을 치러야 했어요.

제가 아는 어떤 분은 버스정류장 근처를 지나가다가 외모 비하 발언과 함께 프로테스터에게 침 세례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제 경우는 회사도 10분 걸리는 걸 시위에 참여하는 캠퍼밴들을 피해서 30분 정도 걸어서 가야 하고, 집 앞에 있는 마트는 시위대 전용 마트가 되어버려서 무거운 거 사러는 차 타고 교외에 가거나, 평소에는 집에서 걸어서 40분 정도 떨어진 곳까지 가서 사 와야 해요. 출근하기도 바쁘고 퇴근하고 힘든데 이게 뭐하는 짓인지... 거기다가 회사에서 시위대에 참여한 개인들에게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으니 명찰 빼고 다니라고 지시받았고, 회사 건물 앞에 지나갈 때마다 가끔 건물을 째려보며 침 튀기며 연설하려는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느끼고 있어요. 집 코앞에서 시위하는 거라서 평일은 물론이거니와 주말에도 집에 아예 박혀있고 가볍게 산보도 못 나가요.

처음에는 피하기 급급했는데, 한 일주일쯤 지나니까 근처 지나갈 때마다 누구 하나만 시비 걸어봐라 벼르게 되더라고요! 나도 국회의사당 유지비에 세금 내는데 왜 저놈들만 자기 권리인양 우리의 공공자산을 점령하고 있지? 이렇게요!

이 세상에는 정말 자기 권리가 침해당했으니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느끼는 "이기주의적인 자연인"들이 많다는 걸 하루하루 깨닫고 있는 중입니다.

언제까지 지속될까?


올해 3월 말 혹은 4월까지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여기 참여한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은 직업이 없어서 정부에서 수당을 받고 있어요.

게다가 전 세계에서 이 시위를 지원하는 모금운동을 하고 있어서 그 돈으로 물도 사고, 먹을 것도 사서 자체적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요.

시위대는 평화롭고, 기타 소리도 들리고, 자기들끼리 알아서 밥도 챙겨 먹고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는데, 그럼에도 시위가 전혀 평화로워 보이지 않는 것에 하루하루 놀라게 되는 뉴질랜드 웰링턴 주민의 업데이트였습니다!

국회의사당 벽에 빼곡히 들어간 낙서, 그 옆의 프리스타일 스케이트 시설을 불법으로 설치한 프리덤 컨보이들 (사진: George Heard, 출처: Stu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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