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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주택 구입 시 유의점: 주택가 송전탑 본문

New Zealand/뉴질랜드 일상

뉴질랜드 주택 구입 시 유의점: 주택가 송전탑

여기몽 2021. 11. 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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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집들을 주의 깊게 보고 있는 요즘입니다. 저는 아파트가 너무 좋지만 일단 뉴질랜드에 왔으니 정원 있는 집에서도 살아보려고요. 물론 계획은 제가 화단 관리는 남편에게 맡길 거예요. 벌레를 지독히도 싫어해서요. 벌레 너무 싫어요~

그런데 알아보다 보니 뉴질랜드에는 송전탑 바로 옆에 어린이 놀이터가 있거나 아예 집이 있는 경우가 너무 많았어요. 한국에서 자란 저에게는 충격적이었던 일이었죠. 아래 사진부터 보실까요? (그리고 아래로 갈수록 더 충격적인 사진이 나와요.)

전기줄 지나가는데 어린이 놀이터가 떡하니 있더라고요!


여기는 웰링턴에 Whitby (위트비, 윗비라고도 불려요. 저는 윗비라고 할게요)라는 동네예요. 여기가가 꽤 비싼 동네고, 학군도 엄청 좋은 곳인데 송전탑이 있어서 너무 놀랬어요. 웰링턴에서는 아주 살기 좋고 비싼 동네에 속하는데도, 주택은 물론이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에 이런 게 있어서 놀라웠어요.

전압과 위험표시를 알리는 문구


송전탑만 없으면 너무나 좋아 보이는 동네입니다. 송전탑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찍은 사진이랍니다. 저기 보이는 집은 요즘 시세로는 한 14-5억 정도는 하게 생겼네요. 부동산에 알아보니 송전탑이 있고 없고 가 이 동네에서는 가격 차이를 결정하지 않더라고요 - 송전탑에서 멀든 가깝든 가격은 똑같았습니다.

송전탑이 없으니 너무 좋아보이죠?


저 놀이터에 있던 송전탑은 주택가들이 많은 곳에 있어서, 보시다시피 꽤 먼 거리에서도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뉴질랜드 사람들은 왜 송전탑이 있는 곳에 주택을 지었으며, 이런 걸 별로 신경 쓰지 않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전깃줄이 너무 거슬리는 동네 전경

집 근처 송전탑, 뉴질랜드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회사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생각보다 의견이 분분했어요. 송전탑이 가까이에 있는걸 다들 싫어할 줄 알았는데, 송전탑은 기분 문제지 크게 문제 될 것 없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꽤 있었어요.

혹은 송전탑의 크기가 작거나 (따라서 전압이 낮거나) 전선이 지나가는 자리만 없으면 된다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다만,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온 이민자 출신들은 대부분 싫어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한국에서는 깊은 산속에서나 보던 송전탑들을 너무 친근하게 자주 볼 수 있어서, 조금 고민이 되더라고요. 송전탑이 있는 동네라고 해서 딱히 나쁜 동네인 것도 아니고, 송전탑이 없다고 해서 그 사실 하나만으로는 좋은 동네가 되지도 않고요.
생각보다 뉴질랜드 사람들이 송전탑에 민감하지 않아서, 이것저것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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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송전탑 근처에 집을 지을 수밖에 없는가

그 이유는 급격하게 늘어가는 주택 공급과 뉴질랜드의 도시화를 들 수 있습니다. 도시화라고 하면 조금 어감이 이상하지만 (제 기준엔 이건 도시가 아니라서요), 예전에 송전탑이 있던 곳들은 모두 산이었다고 합니다.

허허벌판, 그리고 사람들이 잘 살지 않는 곳에 집을 지어놨었고, 이게 문제 될 일은 없었어요. 하지만 뉴질랜드 인구도 조금씩 늘어나고 도시도 커지면서 사람들이 사는 면적의 범위가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결국 산을 깎고 도로를 만들어서 송전탑이 만들어진 곳까지 주택이 들어서기 시작한 거죠.
웰링턴에 새로 지어지는 집들 중에서 송전탑이 지나가지 않는 곳, 쓰레기장 시설이 없는 곳, 하수 처리시설이 없는 곳, 지반이 단단한 곳을 한국처럼 아예 다 피해가지는 못하더라고요. 이런 곳을 아예 멀리 다 피하려면 옛날 옛적에 지어진 집을 사거나, 혹은 그냥 아예 시골로 가하더라고요.

아래 사진을 보실까요?

이 동네에 사는 제 동료가 옛날에 허허벌판이었다고 합니다.


송전탑 이렇게 보니 장난 아니죠. 이곳이 지금은 방 4개 좁은 타운하우스가 17-18억 정도 하는 Chunton Park (쳐튼 파크 혹은 천 톤 파크라 고도해요)라는 동네입니다. 물론 동네 중심부나 10년 전쯤에 지어진 주택들은 이 송전탑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요. 여기도 역시 학군이 아주 좋아서 가족들이 많이 사는 곳이에요.

하지만 새로 짓는 주택들은 송전탑과 아주 가깝습니다.

하늘에 전선이 없는 풍경을 찍기가 힘들었던 신도시 지구

이정도면 철탑이 경치입니다..


왜 문제가 되는지?

문제가 되는 것은 두 가지인데요. 첫째, 뉴질랜드의 옛날 집들은 춥거나 습한 곳이 너무 많아요.

실제로 뉴질랜드의 집은 OECD 국가 중 인간이 살기 힘든 집의 비율이 가장 높을 정도은 국가에 속해요. 퀄리티가 너무 안 좋아서 흙으로 지은 오두막도 아닌데 추운 겨울에는 바깥보다 추운 실내에도 꽤 많이 들어가 봤어요. 그래서 새 집을 사는 것이 여러모로 안전하고 본인 건강에도 좋습니다.

둘째, 젊은이들은 헌 집을 사기에는 현금이 부족해서 새집을 사야 해요.

새 집들은 정부 정책에 따라 현금이 많이 부족해도 살 수 있어요. 헌 집은 대부분 40-50 퍼센트의 현금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새 집들은 지어질 때까지 1년 넘게 걸리고, 10-25 퍼센트의 현금을 가지고 있으면 대부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물론 헌 집이 땅도 크고, 공간도 여유롭지만, 살 수가 없는데 무슨 소용일까요, 예쁘게 고쳐서 살고 싶어도 살 수가 없으니 그림의 떡입니다. 그래서 요즘 뉴질랜드 젊은이들은 빚 부자라고 해요~ 한국과 비슷하죠. 부모님이 도와줘서 영 끌로 집을 사는 경우도 굉장히 많아요.

이렇게 새 집을 둘러보면, 아무래도 위치가 좀 안 좋을 수밖에 없는데요. 그러다 보니 쓰레기장이나 송전탑 부근까지 확장한 곳에도 새집들이 많이 들어서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실패한 도시계획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특히나 요즘은 부동산이 아주 수익이 많이 나는 사업이다 보니, 송전탑 근처의 집들도 불티나게 팔린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라서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고 사는 거겠죠? 그러길 바랍니다....


송전탑들이 고속도로를 제외한 곳에서 자주 보인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주택가에 가까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조금 충격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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