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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이모저모: 뉴질랜드의 코로나 정책 (3) 국경 봉쇄의 이면 본문

New Zealand/COVID-19 뉴질랜드 현황

세계 이모저모: 뉴질랜드의 코로나 정책 (3) 국경 봉쇄의 이면

여기몽 2021. 7. 29.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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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제에 이어 기사에 한 줄로 나오는 '코로나 청정지역 뉴질랜드'에서 경험하는 이민자들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뉴질랜드의 전반적인 코로나 정책이 궁금하시다면 뉴질랜드의 코로나 정책 (1) :: 여기저기서 얻은 정보 집합소 (tistory.com)뉴질랜드의 코로나 정책 (2) :: 여기저기서 얻은 정보 집합소 (tistory.com)를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아래 주제 중 '국경 봉쇄'에 대한 국민들의 아픔에 대해서 간단하게 얘기하려고 합니다.

  • 긴급 봉쇄령 - Lockdown & Be kind
  • 빠른 대처의 배경 - 열악한 의료환경, 작은 경제규모 그리고 리더십
  • 국경 봉쇄의 이면
  • 앞으로의 과제
    - 빠른 대처, 빠른 부채 증가율 (aka. 우리가 내야 할 세금의 증가)
    - 집값 인상
    - 임금동결
    - 불투명한 미래 산업
    - (out of scope) 사회 양극화, 이민 정책


사실 국경 봉쇄는 지금 같은 코로나 시국에는 국민들이 안전하게 국내에서 생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죠, 국내에서 코로나가 발견되지 않는다면요! 그리고 대부분의 나라가 다양한 이유 때문에 쉽게 하지 못하는 결정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모두가 알고 있는 국경 봉쇄의 순기능 이외에, 국경을 봉쇄한 이민 국가에서 제가 가까이서 봤던 몇 가지 안타까운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 국경 봉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1년 반 동안 많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거든요.


As of 19 March 2020, Borders close to all but New Zealand citizens and permanent residents.


국경을 막는다, 정말 간단하고 쉬운 얘기처럼 들립니다. 뉴질랜드는 국경을 막는 것을 2021년 4월 초 호주 및 몇몇 남반구 국가들에게 간헐적으로 허용한 것 이외에 365일 넘게 외국인들이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국경을 걸어 잠겄습니다.
국내에 들어오는 뉴질랜드인들은 14일 동안 나라가 지정한 호텔의 이용권을 사전에 구매해서 그 장소에서 최소 14일 동안 격리해야 합니다. 이 호텔의 이용권을 구매하지 못하면 내국인이어도 국내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 이 시설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외국인은 아예 못 들어오고, 외국에서 사는 일부 국민에게만 한정되어있을 정책 같지만, 사실 뉴질랜드는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나라이고, 부모님까지는 몰라도 조부모님이나 가까운 친척까지 뉴질랜드에 모두 사는 경우는 꽤 드뭅니다. 뉴질랜드 현지인들도, 이곳이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호주, 영국 혹은 미국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에서 거주하거나 잠시 나가 있다가 국내에 입국하려는 뉴질랜드인들 중에는, 호텔 이용권을 구매하지 못해서 가까운 사람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하기도 하거나, 들어오더라도 시설에 14일 격리를 해야 해서 임종 전 대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어떤 이유로 부모가 따로 입국해야 해서 미성년자 자녀가 부모 중 한 사람을 방문하거나 학교에 다니기 위해서 혼자 14일 동안 보호자 없이 시설에 거주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 격리 해제 후에는 보호자가 도착할 때까지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불안하게 생활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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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막는다는 것은 이 나라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큰 일이었습니다.
뉴질랜드에 공부를 하거나 일하러 온 사람들의 경우, 국경이 잠깐 열렸던 호주나 남반구의 섬 출신을 제외하고는, 1년 반 넘게 고향을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봉쇄정책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어 언제 방문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외국인의 신분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가족에게 잠시 다녀오려면 뉴질랜드의 삶을 포기하고, 뉴질랜드를 떠나야 합니다.
제가 대학원을 다닐 때 만난 대부분의 친구들은 현재 뉴질랜드에서 3-5년 워크 비자를 가지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모든 친구들이 영주권을 노리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가 뉴질랜드에 있는 상황이고, 뉴질랜드에 정착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뉴질랜드를 떠날 수가 없습니다. 떠나면 돌아올 수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집에 무슨 일이 생기면, 뉴질랜드에서의 삶과 미래를 포기하고 떠나야 하느냐, 당장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야 하느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제 친구들은 본국의 상황이 더욱 안 좋아질 것과 그곳에 가도 일자리를 찾을 수 없다는 생각에 가족을 잠시 뒤로 하고 뉴질랜드에 남았습니다.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겠지만요.
영주권 시민권을 가진 경우는 조금 낫지만, 이용권을 손에 넣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급한 소식을 듣고 달려가더라도 직장을 버리고, 아이의 교육을 버리고, 배우자를 버리고 고국으로 '잠시' 다녀오는 것은 굉장히 힘듭니다. 굉장히 아픈 가족이 있다고 하더라도 예외는 거의 인정되지 않습니다. 방문하려는 사람이 6개월 이내 시한부 선고라는 것을 증명해야 예외적으로 긴급 시설 이용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제 주변 회사 사람들 중에서도 심심찮게 형제자매가 들어오려고 하는 경우를 보는데, 6개월 내 시한부 선고 증명서를 받지 못하거나 갑작스럽게 돌아가셔서, 실제로 응급으로 시설 이용권을 받아 들어오는 경우를 보는 경우는 손에 꼽습니다.
또 다른 예로, 제 지인인 인도인 가족은 부모님 중 한 분이 코로나로 인해 심각한 상황에 빠졌을 때에도, 돌아가셨을 때에도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당시 인도의 델타 바이러스가 퍼졌기 때문인데, 이 당시에 뉴질랜드와 호주에서는 인도 발 모든 비행기를 막아서 돌아올 기약도 없었습니다. 이 경우 먹여 살릴 가족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실직자가 되면 곤란했죠. 이 가족은 현실의 삶, 안전한 삶을 선택한 대신 돌아가신 분을 보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도 같이 선택했습니다.


제가 들은 모든 이야기들을 이곳에 적지는 못할 것 같아요. 하지만, 종종 한국 뉴스에서 국경을 봉쇄하라는 댓글을 보면 그런 말이 어떤 마음에서 나온 이야긴지 알면서도, 제가 만약 국경이 닫혀서 가까운 사람의 임종도 장례식도 가지 못하고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기약 없이 외국에 갇혀있는 학생 신분이라면, 어떤 기분일지 너무 잘 알 거 같아 먹먹해집니다. 그리고 뉴질랜드인들이 국내에서 노 마스크로 돌아다니고 안전하게 살기 위해서, 이민 국가임에도 받아들이는 이 노력이 당연한 듯 가려진 것 같아 너무나 마음이 아픕니다.
처음 국경이 봉쇄되었던 때만 해도 이런 일들이 뉴스에 꽤 크게 나곤 했는데, 이제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겪는 이야기여서 뉴스에도 나지 않고, 다들 우리가 짊어져야 할 무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정말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네요!

곧 포스트 코로나, 앞으로의 과제를 주제로 다음 글을 들고 오겠습니다. 우리 모두 이 힘든 시기 잘 이겨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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